‘법은 백이요, 권력은 흑이다.’심당(心堂) 이병린(李丙璘)변호사는 법치주의 사상의 주창자이다. 그래서 한때 행동화되어 민주수호의 앞장섰다. 그가 지닌 의로움과 고집은 대단한 유혹과 수차례 옥고를 치렀지만 흔들이지 않았다. 특히 사회의 밑바닥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호소를 수없이 들어가면서 약한 사람 편에 서서 함께 가슴아파하며 과감하게 불의와 권력에 대항해 나가는  그 의지엔 누구도 따를 수가 없었다.

바삭 마른 체구에 카랑카랑한 음성은 인색하고 쌀쌀한 인상을 주지만, 자상하고 정이 넘치는 인품은 또 다른 면을 찾게 한다. 그래서 그가 지닌 한문학, 현대문학, 음악, 미술 분야의 박식한 지식은 남들이 모르는 노신사의 품격을 찾을 수 있다.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좌우명은 자손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李丙泰(우봉이씨 대종보‧1987.3.1‧제3호)5면 얼굴. 참조]

 변호사법 제1호‘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기본적 인권옹호가 변호사의 본령이고, 모든 변호사들이 사건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굳이 인권변호사로 부르는 이들은 사건 선호도나 취향이 좀 색다른듯하다고 한다. 돈벌이 잘 안되고 골치 아플뿐더러 별 성과도 없고 간혹 유형의 무형의 압력까지 받는 사건을 마다하지 않고 쫓아다니는 삐딱한 사람들, 5공화국 초기부터 말엽 유신체제하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런 변호사들이 30명 내지 는 40명이었다.

이돈명, 유현석, 한승헌, 강신옥, 조준희, 고영구, 홍성우, 황인철, 하경철, 최영도 등이 1세대이고, 김상철, 조영래, 이상수, 서예교, 박원순, 김동현, 박인제, 박성민, 박찬주, 박용일 등이 2세대라고 본다면, 인권변호사란 용어의 뿌리는 이병린 변호사로서 그리고 5․16 군사혁명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학생 재야인사들의 대부로 존재한다. [金昌洙 글(월간조선(1986.9월호)『民權辯護士들』pp. 437~451참조]

심당은 대한변협회장,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공동대표, 민주화회복국님회의 대표위원 등을 거치면서 법조계를 대표해 독제 군사정권에 항거하였다. 1975년 말 일선에서 물러나 서울을 떠나날 때까지 민주와 인권을 두 차례나 투옥되면서 몸으로 지켰다. 첫 번째 투옥은 서울대생 등 2만여 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유혈사태가 일어난 6․3사태로 1964년 6월 당시 변협회장으로서 ‘인권에 관한 건의문’을 채택, 발표하면서 현직 변협회장으로서는 최초로 계엄포고령 위반협의로 구속되었다. 두 번째는 1971년 4월에 결성된 민주수호국민협의회의 공동대표로 종교계 김재준 목사, 언론계 천관우 씨와 함께 공동대표로 이해 4월 27일에 실시한 대통령 선거 부정선거의 후유증으로 이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연행 구속되고 시위가 격렬 해지자, 이해 10월 15일 위수령발동과 함께 고려대학교에 군대를 진입시키고 이어 12월 6일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였다.

비상사태선언 철폐를 요구하는 청원서와 건의서를 우송하기위해 우체국에 가던 도중 종로경찰서에 다시 연행되고 중앙정보부에 이첩된 후 대표위원직을 사퇴하고 풀려났다.      

 “자기신념에 따라서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변호사는 정의의 투사여야 한다. 남의 눈치 속에 사는 사람치고 생명 있는 일을 이룩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론을 폈다.

 심당 이병린(1911~1986) 변호사는 참판공 문중 자손으로 명구(鳴九)공과 고흥 유제항(柳濟恒)의 따님(寧浪)사이에서 3남으로 양평군에서 태어났다. 경기 제1보등보통학교와 경성사범학교 강습과(1931년)를 졸업 후 한때 교편을 잡았다. 그 후 뜻한바 있어 1940년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심당은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회장(1963년), 경찰행정개혁심의위원회 회장, 법령정리위원회 위원, 귀속재산소청심의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13대, 16대), 사법대학원 강사(1971~75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대표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수상집 『법 속에서 인간 속에서』가 있다. 향년 76세. 전주 최씨(崔庚順)와의 슬하에는 세녕, 태녕(전MBC 포항 국장), 윤녕(미 UURN 대학교수), 해녕(서울 의대 안과 전문의), 재녕(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학박사), 경자, 보녕 등 5남 2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