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강(直講․6세 養直)공은 응시(應時․검교군기감)공과 승령(僧嶺) 구씨(具氏) 사이에서 양직, 윤휘(允暉) 등 2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는 경부(敬父), 문과 급제 후 성균관 직강(直講․정5품)으로 학식과 덕망이 있었다. 공은 집안의 일가 형제들이 참여하는 금전을 갹출하여 모아 두었다가 경조사에 대비하고 남음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제도를 만들어 이름하여 이를 의재(義財)라 하였다. 이 집안의 의제는 범중엄(范仲淹‧ 989~1052․宋의 명신)이 의전(義田)제도를 만들어 가난한 일가들을 도왔다는 뜻을 본받은 것으로 이 의재기(義財記)는 직강 공의 친구인 가정(稼亭) 이곡(李穀‧1298~1351‧牧隱 李穡의 부친)이 자신의 문집인 가정집(稼亭集)에 의재기(義財記)로 소개하여 우리집안의 의재를 극찬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다시 후손(李寅華)이 도암 선조에게 다시 의재를 말씀드려 속의재기(續義財記)를 남겼다. [續義財記는 도암집 참조] 이곡의 가정집에 있는 의재기 내용을 밝혀 둔다.

우봉인 경부가 나에게 묻기를 “친구와 형제 중 누가 더 친한 가”하기에 ‘친구가 더 친하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친구에게 서툴러 급하면서, 형제간에는 바쁘지 않은 것은 왜 그러느냐“ 하기에, 내 이르기를 ”이는 욕심을 따름의 해이고, 이로움을 좋아함의 폐단이다. 청 하건데, 그대를 위하여 한 마디해도  좋겠는 가. 대체로 어려서는 어버이를 사랑하다가 크면 형을 공경하니, 이를 확충시켜서 안에서 밖으로 미쳐가는 것은 천성이고, 인간 도리의 상도이다. 또한 곡식이나 어육, 삼베나 무명과 같은 것은 의식으로부터 일상성이다. 진실로 욕심을 따르고, 이상한 것을 좋아해서 반드시 억 어려운 물건이나, 이상한 맛만 찾아 입맛에 맞추어 자신을 만족시킨다면, 이치에 맞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장차 닥아 올 피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형제간에는 상도의 떳떳함이라 하면서 흉허물 없음에 빠져서 우애도 공경도 잊어버린다. 심한 자는 시기와 혐오와 심지어는 흥분하여 싸움까지 마다한다. 남에게는 혹 형세가 이로우면 서로 이익을 꾀하고 제물에는 서로 통하고 술과 밥으로 서로 즐기며, 독실한 친애감이나 결탁의 단단함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이미 형제가 이롭다 했듯이 이로운 형세가 다하면 서로 이익을 꾀하고, 적당히 서로 해칠 수 있으니 재물이나 술과 밥이 세세함이야 어찌 다 말을 하겠는 가. 이것이 욕심을 따르는 해이고, 이를 좋아함의 폐단이다. 사람의 윤리에는 다섯 가지의 갈래가 있어 성인이 질서화 했으니, 그 조목은 군신이요, 보자요, 부부요, 형제로, 붕우(朋友)는 끝에 해당한다.  

붕우가 다른 넷에 비하여 형세가 뒤인 듯하나, 실용에 있어서는 앞선다. 대저 착한 일을 하도록 채찍질하고, 어질게 해 주어 인륜의 덕으로 이루게 하는 것은 붕우의 힘이다. 그러나 그 본말에 질서가 있어 바꿀 수 없는 것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상체(常棣) 즉 형제가 산 앵두나무 아래서 화목하게 술을 마시며 즐기는 노래의 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 장에서 “상체의 꽃이여 아름답지 아니한가, 모든 사람들이여 형제만함이 없다” 하였고 3장에는 “할미새 언덕에 있으니 형제는 어려움에 급히 처한다. 항상 좋은 벗이 있어 함께 탄식한다.” 했으며, 5장에서는 :어려움이 이미 평정되니 편안하고 또 편안하도다. 비록 형제가 있다하나 친구만 못하다“ 했다. 자고로 형제와 붕우사이는 그 이치가 이러함에 자나지 않는다. 이시를 자세히 음미해 보면 성인의 뜻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대(李養直)는 삼가고 부지런하여 학문을 좋아 했으니 아마도 인륜의 경중을 알 것이다. 지금의 이 말들도 다 필요할 때가 있어 말했을 뿐이다.”라고 하니 이군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그러나 나에게는 가까운 형제와 먼 형제 20여 명이 있는데, 함께 노니기를 간절히 하고 화기가 넘칩니다. 그래서 지금 약간의 금전을 염출해서 의제(義財)라 명명하고, 해마다 두 사람씩 교대로 주관하여 다달이 이식을 취하도록 해서 경조사나 환영과 전별의 비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좀더 여유가 불어나면 장차 다가 올 어려운 일에 도와주는 자산으로 삼아 자손들에게 이 법을 지키도록 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문정공(范仲淹)의 의전(義田)을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세간에서 길가는 사람을 끌어다 동기를 삼으면서 동기간을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위해 이 뜻을 기록해 달라하니, 나는 그 말이 이치에 합당하고, 세상의 풍속을 격동시키고, 내 마음에 감동됨이 있어, 이에 의재기를 짓고, 그 형제들의 나이와 이름을 함께 기록한다. [자료에는 원문만이 있고 명단은 누락되어 있다.]

속 의재기(續義財記)

의재기는 가정(稼亭․李穀) 공이 경부(敬父․李養直)를 위해 지은 글이다. 경부의 말에 “내가 친형제와 먼 형제20여 명이 있는데, 각기 약간의 돈을 내어 『義財』라하였다. 해마다 두 사람씩 교대로 이를 주관하고, 다달이  그 이자를 취해서 경조사나 영접 및 전송의 비용으로 삼고, 여유가 생기면 궁핍한 이에게 보조를 해서 자손들이 지켜 유실됨이 없게 했다”고하였다. 경부의 자는 양직이며 우봉인 이다.

관직은 성균관 직강으로 가정 공과는 동갑으로 서로 가까운 친구라 했다. 그 후손들이 호서 밖으로 흩어져 살아 가난으로 스스로 떨쳐나지 못한 지가 거의 십수 세대가 되었다. 하루는 일가인 도암(陶庵‧李縡)에게 와서 『義財記』를 보이면서 말하기를 “우리들이 비록 불초하지만, 선조께서 이미 명한 것인데 감히 실추시킬 것인가. 방금 친형제로부터 시작해서 먼 자손에 이를 것이니, 이어서 다기 지어 달라고 하였다.

경부의 휘는 양직(養直)이니, 우봉인이다. 관직이 성균관 직강으로 가정(稼亭‧李)穀)과 동갑이고, 서로 가까운 친구라 하였다. 그 후손들이 호서 밖으로 흩어져 살아, 가난으로 스스로 떨쳐나지 못한 지가 거의 십수 세대가 되었다. 하루는 일가인 나(陶庵‧李滓)에게 와서『義財記』를 보이면서 말하기를 “저희들이 비록 불초하지만, 선조께서 이미 명하신 것인데, 감히 실추시킬 수 있겠는가. 방금 친형제로부터 시작해서 먼 자손에게 이를 것이니, 이어서 써 달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데, 천하의 사리가 의(義 )와 이(利)는 상대가 되어 이르는바가 같지 않다. 군자와 소인으로 판별된다. 재물은 또한 사람의 정에서 다 함께 이롭도록 하는 것인데, 여기서 의가 있다면, 어디에도 의는 없는 곳이 없는 것이다. 어찌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의리가 어우러진 것이겠는가. 또한 하늘이 자연으로 보인 형제의 부치는 모습은 다르지만, 기운은 같은 것이다. 애정이 독실하면 딴 곳에서 더 기대할 것이 없는 듯한데, 술 마시는 배부름이나, 주먹밥의 배고품에는 역시 시인의 권계가 있으니, 곧 선조의 이런 조치는 아마도 이렇게 이기에 보도록 한 것이 아니었겠나.    

오! 사람의 기운이 자손에게 전해지는 것이, 나무는 말라도 기운은 속에 있는 것처럼 태연하지 않는가. 기운도 진실로 그러하여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오늘 마음도 곧 조상의 당시 마음 이니라. 모든 사람들이 선을 행하는 것이, 비단 자신만을 선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후손들에게 복을 물려주는 것이니, 비록 멀고 가깝고, 빠르고 느린 차이는 있을 지라도, 그 응답은 하나이다. 이것이 세세한 일이기는 하지만, 일가에게는 돈독하고, 조상을 높이는 의리로, 하나를 써서 둘을 얻는 것이리라. 선조께서 혹시 말하기를 나에게 후손이 있었느냐고 말씀하신다면, 우리 이씨가 문하시중인 삼주백을 선조로 받들고, 삼주백(시조)공 이하로 두 파로 갈렸으니, 우리 판서 부군은 할아버지와는 복친을 벗어나기는 하지만, 이는 앞에서 말한 먼 형제도 일가가 되는 것이다. 즉 비록 먼 일가에 속하기는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한 뿌리인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멀다는 생각보다 깊은 애정이 깃든다. 드디어 사양하지 않고, 그 뒤를 이어 쓰노니 돌아가 여러 형제에게 상의해서 선조의 뜻있는 일을 끝낼지이다.
나에게 글을 청탁한 이의 이름은 인화(寅華)이다.

 정사년(영조 14년․1737년) 5월16일 재(滓)는 천식암(泉食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