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우물

경북 문경시 가은읍 작천리 594번지 (도장골)

제가 태어나 18살까지 살았던 고향입니다.

동네 어귀 돌아진 곳에 뜨래박 우물이 있었습니다.

차고 물맛이 좋아서 여름이면 지나는 사람들이 일부러 들렸다가

목을 축이고 가는 우물입니다.

13가구의 생명의 젖줄이었습니다.

지금은 간이 상수도가 들어와서 그 옛날의 우물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우물이 하나씩 있었는데 지금은 그 우물이

나이 지긋한 어른 들 가슴 속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 우물 속에는 추억의 사진첩이 들어 있습니다.

나만의 소슬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사진첩이 있습니다.

추억은 지난날의 찢어지기 가난한 슬픔조차도,

울먹이며 가슴 조이던 불행조차도,

감미로운 향수 속으로 몰아넣어 주는

포도주와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추억을 떠올릴 땐 누구나 돌아보게 됩니다.

돌아보면, 그때는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이제는 행복으로, 애틋함으로 다시 다가옵니다.

추억의 우물에 고인 어제의 슬픔, 아픔, 불행도

오늘 다시 길어 올려 들여다보면 그리움으로 일렁이는 추억만 있습니다.

아름답고 돌아가고픈 그 추억이 있습니다.

아마 오늘 밤에도 고향의 우물은 그리움으로

보고픔으로 내 가슴 속에서 일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