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피던 가지에 피 엄 즉도 하다만은, ... ...

2015, 3, 9. 허운

입춘(立春) 우수(雨水)를 지나 절기로는 이제 겨울잠을 자든 개구리가 튀어 나온다는 경칩(驚蟄)도 지나고 나니

봄은 눈 속에서 피는 설중매(雪中梅)의 그윽한 향기로부터 오는 것인지 시인 들은 다투어 매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조선조의 곧은 선비 시흠(申欽: 선조 때 사람)이라는 분은

“매화는 평생을 춥고 가난하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이라고 하였고.

평양 기생 매화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시조를 읊었지요.

물아래 동네서는 꽃소식이 들리기에 귀에 익은 옛 시조 한 수를 옮겨 적습니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梅花 노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마는=노 피든 柯枝 마다 픗염 즉도 하다마

춘설이 난 분분 하니 필동말동 하여라.=春雪이 亂紛紛 하니 필동 말동 하여라.』

요즘이 매화가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늙고 낡은 등걸에도 새 봄이 돌아 왔는데 옛 날에 그렇게 소담스럽게 피던 가지니 올 봄에도 다시 꽃이 필 것 같으나

봄철 날씨가 차고 눈비가 분분하니 필지 말지 가늠키 어렵구나.” 라고 근심 하였지요

즉 인생살이와 관계 지워 지은 시조입니다

평양 기생 매화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이 시조를 읊었지요.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하는 옛 시조입니다.

젊었을 때는 누구 보다 美色이 뛰어 났지만 세월 따라 늙어가니 내 신세가 한스럽기만 하다고 한탄 하는 시조 이지요.

이 시조를 지은이는 매화라는 이름을 가진 평양기생출신으로 해주감사의 연인(戀人)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몰연대(生沒年代)는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지조(志操) 와 기개(氣槪)의 상징(象徵)으로 옛 선비의

고고(孤高)한 인품을 다스린 매화(梅花)는 솔(松)과 대(竹)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일컫기도 하였지요.

우리 집 뜰 악 밑에 제멋대로 생긴 화분(花盆)에 심어 놓은 키 작은 홍매도 얼굴 말갛게 꽃을 피웠습니다.

춘설이 난분분한데 처마 밑에서 고요히 피어난 매화는 오히려 처량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꽃 시샘바람이 한차례 몰아 올 터 인데 고운 자태 피기도 전에 시드는 것은 아닌지

자꾸 처마 밑에 놓인 화분에 피어난 매화에 마음이 쏠리네요.

간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매화가 피기도 전에 추하게 시듭니다

참으로 보기가 민망하네요.

그렇게 일찍 시들 양이면 피지나 말 것이지, ... ...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그양 저렇게 꺾기고 마는 것을 보자니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