丙申年과 病身年?

며칠 전 모임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며

이야기를 해봅니다.

“올해가 병신년이라고 너도 병신같이 살래?”

물론 농담 삼아 한 말이라 생각해 보지만

사실 올 丙申年이란 말이 좀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 丙申을 病身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병신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좀 어수룩하고 부족한 듯 사는 거라고

잘난 체 살다보면 사람이 모가 나게 마련이고

모가 나면 남의 입쌀에 오르고 끝이 안 좋기 마련인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거처 좌의정까지 지낸 맹사성의 일화입니다.

당대의 수재였던 그는 19세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됩니다.

젊은 나이다 보니 기고만장하여 고승을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묻지요.

"스님이 생각하기에 군수로서 지표로 삼아야 할

좌우명에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고승이 천천히 대답합니다.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면 됩니다."

맹사상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입니까?"

그러자 고승은 녹차나 한 잔 하구 가라며 붙잡았지요.

스님은 찻잔이 넘치는데도 계속 찻물을 들이부었습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당황한 맹사성은 부끄러움에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뜨려다

방문 상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맙니다.

그때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매사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

그 이후로 맹사성은 겸손한 마음으로 선정을 베풀며

늘 돈수불박(頓首不撲)이란 좌우명을 새기며 사셨다고 합니다.

올 병신년은 頓首不撲이란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사는 게 어떨는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