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청백리공 할아버지
(5) 9世 휘(諱) 순(淳)께서는
조선조(朝鮮朝)에 들어와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조선 건국(1392) 이후 처음으로 평안도 관찰사를 거쳐 성종(成宗)때 병조판서(兵曹判書)를 지내셨고 후(後)에 정헌대부(正憲大夫)의 증직(贈職)을 받으신 선조(先祖)로 성종조(成宗朝 1470년)에 당시 종2품, 참판(參判)의 높은 관직에 있었음에도, 3품 이상인 당상관(堂上官)의 천거에 의하여 청렴결백(淸廉潔白)한 관리(官吏)의 표상인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되셨으니 그 청빈함은 지금도 넉넉히 짐작이 된다.
또한 당시 성종대왕께서 공의 인품을 찬양하여 몸소 다음과 같은 어사[御詞, 詞는 운문(韻文)의 명칭]를 지어 치하(致賀)하셨다니 더욱 명예롭다 할 것이다.
『남전총옥(藍田叢玉)이요 설령고송(雪嶺孤松)일세 만호장안(萬戶長安)에서 일엽청청(一葉靑靑)이라』
“ 公은 玉의 명산지인 중국 하남성(河南省) 남전(藍田) 옥산(玉山)의 무더기 옥(玉)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玉이요, 만년설(萬年雪)의 천산(天山)에 (잇닿아 뻗어 있는 눈 덮인 산마루에) 우뚝 선 소나무일세. 수많은 집들이 모인 서울에서 푸르디푸른 한줄기 호젓한 솔잎처럼 홀로 푸름을 자랑하고 있구나.”
공(公)의 묘소는 서울 구로구 개봉동산 1번지[구(舊) 백사곡(栢寺谷) 입구]에 모셨는데 도시개발로 황폐화되었던 묘역(墓域)을 6代 대종회장(大宗會長)을 지내신 당시 봉명(鳳鳴)그룹회장(會長), 고(故) 서봉(瑞峰) 이동녕(李東寧) 선생께서 출연(出捐)하셔서 말끔히 사초(莎草)하고 묘비(墓碑)도 새로 세웠다.
公의 배위(配位)는 정경부인(貞敬夫人) 남양홍씨(南陽洪氏)로 슬하에 3남 4녀를 두셨으며 父는 밀직사(密直司 : 지금의 비서실) 첨사(僉使)인 좌의정(左議政)으로, 훈공(勳功)에 따라 남양후(南陽候)요, 문정공(文正公)인 홍언박 (洪彦博)이며 계비(繼妃)는 정부인(貞夫人) 능성(綾城 : 전남 화성) 구씨(具氏)로 부(父)는 좌상(左相)이고 조부(祖父)는 판서(判書)이며 역시 공적(功績)에 따라 면성(沔城 : 충남 당진)군(郡) 구검(具儉)이다.
한편 공(公)의 첫째 아드님은 판관(判官)인 휘(諱) 근완(根完)公으로 무후절손(無后絶孫)되시고, 둘째 아드님은 부사(副使)를 지낸 휘(諱) 근전(根專)公이신데 부사공파(副使公派)의 파조(派祖)가 되셨으며, 셋째 아드님인 휘(諱) 근계(根繼)公은 원종공신(原從功臣)으로 호조참판(戶曹參判)을 역임하였고 우리 참판공파(參判公派)의 파조(派祖)이시다.
※ 그리고 이곳 개봉동 산 1번지에 위치한 청백리공 묘소에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청백리공께서는 오랜 세월을 관직에 계셨음에도 변변한 집 한 채도 갖지 못하고 끝까지 청렴하게 사시다 일생을 마치셨다. 그런데 공이 서거하신 날 성종대왕께서 경기도 부천을 행차하시고 돌아오던 중 오류동 덕고개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연(임금의 가마)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저 건너편에 불빛이 비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 대왕께서 사람을 보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하셨다. 마침 그날이 공의 장례일 이어서 동네 사람들이 일을 하고는 있었으나 방에 빗물이 새어 그릇을 바쳐 놓고 있는 상태로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보고를 받게 된 성종께서는 환궁한 다음날 개봉동산 1번지, 임야 3정보와 전(田) 3,000평을 하사(下賜)하여 무사히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였는데”
이로써 오늘의 묘역이 있게 된 것이다. 청백리공께서는 관직에 있을 때나 은퇴하였을 때나 한결같이 청빈낙도의 길을 걸으셨으니 만고의 표상으로써 어찌 우리 우봉이문의 자랑이 아닐 수 있겠는가? 고산앙지(高山仰止)요 경행행지(景行行止)라는 말이 있다. 이 높은 산과같이 큰 덕을 가진 사람을 우러러보고 그가 개척한 큰길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물질만능의 세태(世態)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은 더욱더 이 어른의 높은 뜻을 받들고 흠모하여 가풍을 진작시키고 자랑스러운 공의 큰 업적을 되새겨 보면서 참된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덕을 쌓은 집안에 반드시 경사가 뒤따른다는 옛말대로 5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명성을 드높인 후손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이씨 조선 영조대왕의 부인이신 정성왕후(貞聖王后) 달성서씨의 묘비문을 영조대왕이 직접 찬술(撰述)하였는데 여기에 왕후의 아버지인 서종제(徐宗齊)의 외가 족보를 기술한 대목이 있다.
“ 고(考) 서종제는 군수로 처음에는 찬성(贊成)에 추증되었다가, 또 우의정에 추증되었으며, 갑진년에 내가 왕위(王位)를 이어받은 뒤에 영의정 달성부원군(達城府院君)에 추증되고 효희(孝僖)로 증시(贈諡)되었다. 비(妣) 잠성부부인(岑城府夫人) 이씨(李氏)는 본관이 우봉(牛峯)이다. 시조 이공정(李公靖)은 고려조의 삼중공신(三重功臣) 문하시중(門下侍中) 잠성부원군(岑城府院君)으로, 시호는 문경(文景)이다. 8대조 이순(李淳)은 조선조에 들어와 문과에 급제하여 참판을 지내고,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다. ……”
※ 녹권(錄券) : 고려·조선 시대 공신(功臣)에 책봉된 사람에게 지급한 문서로 직함과 이름, 책봉된 경위 및 이에 따른 제반 특권이 기록되어 있다
※ 청백리 : 벼슬이 2품 이상의 높은 관리로서 청렴결백한 사람을 조정(朝廷)에서 뽑아 녹권(錄券)에 올리는데 여기에서 뽑힌 인물은 3대(代)까지 높은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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