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편람』은 오늘날에도 의례 준칙으로 활용

  우봉 이가의 가문을 들추게 되면 집안의 으뜸은 陶庵公(縡) 선조이다.

도암공을 높이 추켜세우는 이유는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한결같이 학문에 집착하여 벼슬을 버리고 학자로서 후세에까지 바른 법도와 살아가는 이치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선조 가운데 오늘날까지 훌륭한 유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시문집은 타우공의 『타우집』10권과 귀락당공의 (귀락당집) 그리고 도암공의 (도암집) 50권 (화천집) 7권이다.

이중 도암 공은 조선조 숙종과 영조 시대의 성리학계 대표인 尤庵 송시열의 버금으로 講說과 禮論이 밝아 洛論이 主軸이었다.  특히 주자가례(朱子家禮)를 우리 생활에 맞도록 고쳐서 (四禮便覽) 4권을 써서 오늘 날에도 家庭儀禮 準則으로 활용되고 있을 만큼 大家로 이름이 알려진 분이다.

스승의 길을 높이 표방하고 질서와 법도를 중요시 하였다.

도암공은 1680년 (숙종 6)에 나서 1746년(영조 22)까지 문신․ 학자로 평생을 지낸 분이다.

특히 당시 朱子와 程子의 본의를 잃어 멀어져 가는 理氣와 心性의 뜻을 되찾기에 한평생을 다하신 분으로 꼽는다. 조선조 후기의 대표적 성리학자로 공은 군중의 혼탁함을 없애고 대중의 의혹을 풀어 스승의 길을 높이 표방하였으며, 배움의 자리를 넓게 열어서 법도를 잇게 하고 그 보람이 성대하게 일어남으로써 법도의 본체와 운용을 겸하여 질서와 모든 善이 갖추어지도록 이끈 분이시다. 도암공에 관해서는 공을 중심으로 자당 민씨나 숙부 귀락당 등 주변 인물과의 일화도 많고 사연도 많다.

  공이 어렸을 때 일이다.

큰조카 도암의 공부를 맡은 歸樂堂(晩成)의 기대는 자못 컸다. 하루는 도암공의 어머니인 형수에게 귀락당이 말하기를 “제가 죽을 짓을 했습니다. 제가 장난에 팔려 호된 매질을 했더니 그만 죽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리까….” 하며 무릎까지 꿇고 조아렸다. 공의 어머니는 귀한 외동아들의 일인데도 도리어 “그런 애는 죽었어야죠. 그래도 나는 그 아이를 믿고 살아오는데...” 하면서 눈물을 삼키며 귀락당을 부추겨 일으키는 강단의 지어미였다. 과연 그 아들의 그 어머니셨다. 도암공의 어머니는 驪興 閔氏로 인덕이 자자한 仁顯王后의 언니이다. 또, 『三官記』에 보면, 도암공이 8세에 어머니와 함께 대궐에 들어가서 이모인 仁顯王后를 뵙고 숙종 임금을 뵙게 되었을 때 임금께서 말하길 “무슨 책을 읽었느냐?” 묻자 “『사략』을 읽었습니다.” 하고 아뢰니, 다시 임금께서 말하길 “그럼 당태종의 의병을 일으킨 일을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되물었더니 도암공이 말하길 “신자의 도리에 어긋나옵니다.” 라고 서슴없이 대답하여 임금께서 크게 칭찬하시고, 『사략』한 질을 상으로 내리셨다.

  어려서부터 시예에 뛰어나 이미 8세 때 유어사벽해 수학몽창주「游魚思碧海 睡鶴夢蒼洲」란 시를 지어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도암공이 지은 肅宗大王挽四首 중 한 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선왕의 덕 찬란하지 않는가. 오! 상제의 곁에 계시도다. 젊어 어전의 관리도 되었으나 이제는 백운의 세상으로 멀어졌구려. 크고 높은 은혜 갚을 길 없이 세월의 아쉬움만 헛되이 논 하네. 품은 충성 옛일로 끝내랴 천지에 사무치는 만 갈래 눈물.』

특히 도암공 선조의 과거 급제 시 글인 竹枝詞 “乾坤不老越長在菽명江山今百年” (건곤불로월장재숙명금백년)은 지금도 널리 알려진 시로서 유명하다. 도암공의 행장을 요약해 보면 1702년 文科에 급제하였으며 檢閱로 찬집청 기사관을 겸하여 단종실록에 참여하였다. 그 후 문과중시 (1707년)에 다시 급제하였으나, 학문에만 몰두하였으며 1716년 家禮源流의 당쟁이 격심해지자 노론의 입장에서 소론을 공박하고, 1719년에는 한성부 우윤의 관직에 올랐다. 이 당시 그는 영남균전사관 벼슬도 겸하여 있었으므로 토지 정책을 진술하다가 한때 파직 당했으나 곧 등용되었다. 1721년에는 예조 참판으로 있었으나 소론이 집권하자 사직당하였다. 이에 신임사화로 숙부인 귀락당공이 옥사하자 강원도 인제로 은퇴하여 경전 공부에 주력하였는데, 날마다 일정한 과정이 뚜렷하였다.

  영조 원년 125년에 흉당들이 모조리 쫓겨 나가고, 밝은 세상이 돌아올 조짐이 있자 상소를 올려 충숙공의 억울함을 하소하여, 복권 시키고 비로소 귀향하였다. 그 후, 후제학에 복직되고 2년 후 다시 정미환국 때에는 문외 출송 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 뒤 다시 복직 되었으나 早年登科(26세)로 학문의 시기를 넘겼다고 자탄하며 대사헌의 벼슬을 뿌리치고, 학문 연구에만 열중 하였다.

  율곡 전서를 산정하여 심성론을 주장하였다.

  그의 학문적 입장은 이율곡 선생의 주장을 따랐다. 그러나 ‘호락논쟁’ 즉, 사람과 사물의 성(性)이 다른 것이냐 같은 것이냐... 하는 대립에 있어 금수도 인류와 똑같은 성을 받았다 하여 人物性同說을 주장하여 격론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천간의 氣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또한 서로 뒤섞이지 아니하나 理가 理를 이기면 혼란해 지고, 理가 氣를 이기면 다스려 진다고 하였다. 이처럼 그의 학설은 낙론의 심성론을 주장하여 李東의 학설을 지지하는 한편 호론을 반박하였다. 공은 율곡 전설을 상정하였고, 후에 낙향하여 용인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