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 선생의 어머니 여흥 민 부인은 문정 공 민유중의 따님으로 부친은 영양부원군이며, 어머니 송씨는 은성부인이다. 도암의 할아버지인 일휴정(숙)과 외할아버지 문정(민유중)공과는 일직부터 친분이 있어 서로 혼인을 약속하여 따님(민부인)이 16세 때 우봉 이씨 집안으로 출가를 하였다.

 도암 할머니 초상에 조문하던 우암(송시렬)공이 민부인 행동거지에 법도가 있음을 보고 집에 돌아가 집안사람들에게 친찬이 자자하였다는 일화를 남길 만큼 부덕과 품위가 있어 부모, 형제, 처자 등 육친과 일가들이 모두 정부인을 존경하였다.

 부친인 만창 공은 진사로 주자(朱子‧南宋人 朱熹‧1130~1200)의 통감강목(通鑑綱目)의 달인으로 글과 글씨를 잘 쓴 선비로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암 선생이 5살 나던 해 부친(晩昌‧1654~1684‧증 이조판서)이 일휴정 공이 광주 유수로 부임할 때 수행하였다가 병을 얻어 일직 비운을 맞았다.

 1689년 기사사화(己巳士禍)에 정경부인의 아우인 인현왕후가 폐비로 사가로 나오게 되자, 도암 모친인 민 부인도 자식의 공부만을 시키기로 하고 화전으로 낙향하여 중부인 귀락당(歸樂堂‧晩成‧병조판서)공에게 도암선생을 맡겼는데 귀락당 공은 성심성의 것 가르치기 위해 종아리로 매우 엄하게 다루어도 민 부인은 조금도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1694년 인현왕후가 다시 입궐하게 되자, 민 부인도 화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였다. 민 부인은 항상 틈만 있으면 길쌈 짜기에 베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밤새도록 공부하는 아들을 뒷바라지 돌보아 주었고, 또 스승인 중부(귀락당)의 지도가 아니면 능히 뜻을 성취 못했을 것이라고 도암 선생은 술회하기도 했다.

 1702년 도암 선생이 과거에 급제했을 때 부인은 ‘귀인은 되기 쉬워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우니, 이 점이 걱정이 된다.’고 했다. 도암 선생은 한 때 관직으로 평양도와 함경도로 어머니와 별거생활이 계속 되었는데, 노모를 모시기 위해 홍문관 일을 볼 때 어머니를 모실 수 있도록 하는 상소를 올리는 효자이기도하였다. 임금께서 끝까지 보양은 안 되겠지만, 서울로 모시고 올라와 조석으로 혼정신성(昏定晨省‧조석으로 부모의 안부를 물어 살피는 일)을 거르지 말라고 분부를 내렸다. 그 뒤로 도암 선생은 외직이나 사신으로 임명해도 나가지 않았다.

 정부인은 영조 4년(1728년) 임시로 묵고 계시던 여주 대거리에서 타계하여 용인 한천 선영으로 만창 공과 합장하였다. 한편 숙종 45년(1719년) 도암 선생이 종 2품의 가선대부에 올라 돌아가자, 아버지까지도 이조참판에 증직되고 모친은 정부인의 품계를 제수 받았다.

 도암 선생은 자당을 모시기를 50년 동안 아름다운 덕이 갖추어 모든 훈계는 가득 짜인 법도 그대로였고 영화와 이득을 탐해서 선조를 욕되게 하고, 자신을 바른 길로 가도록 가르침이 없었다면 나의 오늘이 없었다고 도암 공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도암 공은 여러 선비들이 선생으로 추대할 만큼 어려서부터 학문에 눈 떠 5세 때 이미 ‘노니는 고기는 푸른바다를 생각하고, 조는 학은 창주를 꿈꾸고 있구나.’(遊魚思碧海 睡鶴夢滄洲)라는 초당즉사(草堂卽事)란 시를 지어 주의를 놀라게 했다.   

 도암 공은 숙종 6년 만창(晩昌‧증 이조판서)공과 여흥 민부인 사이에서 뒤 늦게 고양군 화전에서 태어났다. 숙종 28년(1702년) 알성문과에 급제 후 예문관 검열을 시작으로 시강원의 사서 문학, 사간원의 사간, 집의, 한학교수, 홍문관에서 도당록, 이조록에 모두 올라 호당(湖堂)에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그 후 홍문관의 수찬, 교리, 응교와 병조, 이조의 좌랑, 정랑 그리고 장악원과 교서관의 교리를 역임했는데, 품계는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자헌대부 정 2품에 올랐으니, 호조와 공조 참판, 형조 세 번, 예조에는 다섯 번, 이조에는 여덟 번, 한성부좌, 우윤을 다섯 번, 도승지 네 번, 대제학 두 번, 예문관 제학 및 판윤, 좌우참찬, 지추공판, 대사헌을 지냈다. 외직으로는 함경도 북평사, 수원부사, 강화유수, 함경감사, 또 겸직으로는 춘추관 경연 빈객, 승무원 비변사 장악원종부시, 교서관, 사직서, 제조로 강도의 시관, 관서지방의 암행어사, 경상도 균전사, 산릉도감, 실록도청 당상과, 세자 보양관을 역임했다. 숙종 42년(1716년) 37세 때 승지에 오를 무렵, 가례(家禮)문제로 시비가 일어나자, 소론의 논리를 공박하였으니 이는 훗날 유명한 ‘사례편람’편찬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다.

 본래‘주자가례’는 고려 말 부터 대대로 지켜오던 주자의 것을 감히 관혼상제에 관한 의례를 격식과 서식은 물론, 그림까지 곁들여 소상하게 밝혀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도암 공의 깊은 학문이 아니면 할 수 없었다. 이 사례편람은 후에 증손(光正)이 1844년(헌종 10년)목판으로 간행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이 책을 준칙으로 삼아 전통예법이 되어 지금의 의례준칙도 이에 근거하여 오고 있다. 30여 년간 공직생활 끝에 숙종 36년(1710년) 부모를 위한 마지막 효도와 봉양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조정에 소를 올리고 어떤 관직도 마다하고 낙향하였다.

경종 22년(1722년) 도암 공은 중부 귀락 당 공이 남인과 소론 패거리들에게 모함을 받고 옥중에서 돌아가자, 장례를 마친 뒤 도암 공은 온 집안 식구를 데리고 인제로 가서 오직 독서하는 일에 열중하였다. 3년 후 영조가 즉위하자, 먼저 임용 명령을 받았으나 곧 상소를 올려 귀락당 공의 억울하게 옥사하게 된 사연을 아뢰었다. 그리고 복직으로 다시 화전에 옛집으로 올라왔으나, 정적이었던 흉적 이지시(李之時) 등이 부정이 있었다는 무고로 갑오시관(甲午試官)사건에 말려 든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모두 허위임이 들어났다.    

 이 때 낙향 길에 여주에서 민 부인의 상을 당하였다. 용인 한천 선영에 모시고 3년 상을 묘하에서 상례대로 행하였다. 그 후 여러 차례 벼슬에 나오도록 청하였으나 이를 마다하고 선비들과 경전을 강독하였다. 도암공은 항상“정암(靜庵․趙光祖)은 나의 선생이시오, 율곡(栗谷‧李珥)선생에게 은혜를 받았다고 하였다. 도암 공은 조선 후기 성리학계의 대가로서 심성론(心性論)에 있어서 이간(李柬)의 학설을 지지하였으며, 한원진(韓元震) 등의 호론(湖論)을 반박하였다. 특히 낙론(洛論)의 대표적 학자로 이름이 높았으며 율곡전서를 산정하였다. 1746년에 67세를 일기로 타계하여 용인 한천서원에 배향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암집을 비롯하여 朱子語類抄節(주자어류초절), 近思尋言(근사심언), 吳先生徵言(오선생휘언), 檢身錄(검신록), 三官紀拾遺(삼관기십류), 尊壤錄(존양록), 四禮便覽(사례편람), 宙衡(주형), 書杜輪誦(서두윤송), 禮參洪禹傳表(예참홍우전표), 河西金麟厚碑(하서금린후비), 吳履周表(오이주표‧海州) 등이 있다.